봄8. 침묵과 소리

유종열
2022-07-25
조회수 101



봄8.


침묵과 

소리 



(禪)의 

공안

(公案)

중에 


"한 

손으로 

치는 


손뼉 

소리를 


듣느냐?" 

가 

있다. 


말을 

바꾸면 


"침묵의 

소리를 


마음의 

눈으로 

보느냐?"

가 


될 

것이다. 


침묵을 

바다라고

하면 


소리는 

파도와 

같다. 


침묵을 

본질이라고

하면 


소리는 

현상이다. 


침묵은 

보이지 

않는 

내면이고, 


소리는

보이는

외면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소리라고

하는 


바다의 

표면만

본다. 


육안으로는 


피상적인 

외면세계 

밖에 

보지 

못한다. 


거기에는 


보는 

나와 


보이는 

남이 


엄연히 

대립된다. 


상대세계다. 


그러므로 


내면을

보려면 


육안이 

아닌 


심안으로 

보아야 

한다. 


보는

나를 

되돌아 

보면, 


보는 

나가 

거기에 

없고 


또한 

보이는 

대상도 

따로 

없어 


주객이 

혼연일체가 

된다. 


상대가 

무너지면서 


절대가 

되어진다. 


그렇게 

되어야 


"침묵의 소리"를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침묵과 

소리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다. 


침묵(고요)을 

떠나 


소리가 

없고 


소리 

가운데 


침묵이 

있게 

된다. 


소리는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침묵은 

일어나고

꺼지는 

법이

없다. 


침묵이 

있기에 


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들어가기도 

한다.

 

침묵은 


소리의 

유무와 

상관없이 

항시 

존재한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이육사의


"광야'라는 

시 

구절이 

생각난다. 


심안으로 

내면을 

관조하여 


상대가 

무너지고 

절대가 

되어야 


비로소 


고요를 

맛볼 

수 

있다. 


이 

맛을 

보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침묵을 

두려워한다. 


침묵에는 

"나"라고

하는 


이고가

(ego)

없기에 


침묵을 


이고의 

부재, 


이고의 

죽음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때 

이고는 


즉시 

심심하다는

생각을 

일으켜 


소리를 

만들어

침묵을

깨뜨림으로서 


이고는

다시금 

살아난다. 


이고는 


생각을

통해


목숨을 

이어간다. 


침묵은 


무아이고, 

(無我)

진아이고, 

(眞我)

대아이다. 

(大我)


심안으로 

침묵을 

보아야 

하고, 


항상 


침묵이 

내재되고 

자증되어야 


어떠한 

생각이나 

소리에도 

끌리거나 

반발하지 

않고 


모든 

소리를 

잘 

들음으로서 


침묵이 

지켜진다. 


침묵과 

소리라고 

하는 


양극단의 

조화다. 


그렇게

되면 


어떤 

소리도 


감히 

침묵을 

깨뜨릴 

수 

없게 

된다.

 

이때 

모든 

소리는 


침묵으로부터 

나와 


침묵으로 

돌아간다. 


그러므로 

소리를

아무리

많이 

들어도 


들은 

바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심리적으로 


춥고 

배고픈 

것이 

사라진다. 


이렇게 

되어야 


마음이 

부자다. 


육안만으로 

보이는 

세계는 


외피의 

세계인지라 


가난과 

굶주림을

면키 

어렵다. 


마음의 

눈으로 


안과 

밖을 

다 

보아야 


등뜨시고 

배부르다. 


안과 

밖을 

몽땅 

다 

보아야 


아름답고 

선명하며 

신비롭기 

짝이 

없는 


진실의

모습이

보인다. 


표면의 

바다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출렁거리지만 


깊은 

바다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아 


끝없이 

고요하고

아늑하다. 


겉으로는 

무언가 


보이는 

것이 

있고 


들리는 

것이 

있고 


느껴지는 

것이 

분명한데,

 

속안을 

들여다 

보면 


텅비어

있으니, 


마치 


환상과 

같고 

꿈과 

같다. 


겉으로는 

끝없이 

물결치는데 


속안을 

들여다 

보면 


조금도 

흔들림이 

없다. 


침묵과 

소리라고 

하는 


극과 

극이 


하나로 

묘하게 

어울려 

있는 

모습이 


놀랍고 

신기하다. 


참으로

오묘하다.



-2003.10.28